우리나라에는 약 260만 명의 장애인 이웃이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 수가 거의 5,200만 명이니 100명 중 5명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장애를 가진 이웃이 많지만, 여전히 우리가 장애를 가진 이웃을 보는 시선과 편견은 차갑기만 합니다. 특히, '여행'을 이야기할 때 장애인들은 더욱 큰 차별과 허무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몸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우리는 내가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항상 보호인이나 활동 보조인이 동행해야 하죠.
우리가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관광약자들에는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입니다. 하지만, 최근 관광약자들을 위한 풀 컨시어지 여행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배리어 프리 여행사가 등장하면서 이런 격차가 줄이고 있다고 해요. 관광약자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어뮤즈트래블'의 오서연 대표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자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관광약자를 위한 풀컨시어지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뮤즈트래블의 대표 오서연 입니다. 저희는 '모두가 즐거운 여행'을 신조로 장애인 및 관광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화 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여행 스타트업으로 2016년에 설립되었어요. 여기서 관광 취약계층이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기존의 여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대상들을 의미합니다.
어뮤즈트래블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창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관광약자 여행을 처음 기획하고 실행한 건 2016년이었어요. 장애인의 사회 진출 문제에 접근하며 조사해보니,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나, 막상 관광약자분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와보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달았어요. 특히 현장 정보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일정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할 수준이었죠. 예컨대, 방문한 곳에 장애인 화장실 같은 편의 시설이 없다던가, 출입로에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도착했을 때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죠. 그래서, 장애인이나 관광약자들을 위한 보다 나은 여행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해 지금의 배리어 프리 여행에 이르렀습니다.
※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어뮤즈트래블의 여행 콘텐츠가 일반 여행사의 콘텐츠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 혹은 콘텐츠는?
저희는 '풀 컨시어지(Full-Concierge) 여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뮤즈트래블의 풀 컨시어지는 단체 관광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여행객이나 버스 이용이 불편한 여행객을 위해 한 가족에서 세 가족 정도의 소규모 단위로 진행하는 특화 서비스입니다. 자사의 밴(Van)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관광약자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여행 구성원 중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계시거나, 45인 이상의 단체 여행에 부담을 느끼시는 여행객분들이라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다 안정적인 여행이 가능하실 것이라 생각해요. 우선, 국내 코스는 인천 미네랄온천 투어와 경기 힐링회복 투어가 인기가 많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낭, 대만, 오사카 등 해외 여행지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편입니다.
시각·청각 장애인처럼 몸이 불편한 관광약자들에게 여행이란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 염려되네요. 이런 분들의 여행 코스를 계획하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지체 장애인의 이동이 불편한 장소에서는 당연히 신체 기능이 노화된 노약자분들도 불편을 겪기 마련이고, 유모차의 진입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청각이나 후각이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감각이 예민해진 임산부와 비슷하고요. 발달 장애인 또한 유아동이나 고연령 노인과 흡사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저희는 여행 전 고객과 실제 인터뷰를 통해 유형별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각 장애 유형별로 어떤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준을 정했습니다. 이때 배리어 프리 여행의 당사자가 장애인만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호자나 활동 보조인의 동행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발달 장애인이나 지적 장애인 보호자, 또는 장애 아동을 둔 보호자들은 자신만의 여가 시간을 갖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장애 당사자가 자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 코스를 마련하고, 보호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호자가 없을 때에도 장애 당사자들의 안전을 위해 활동 보조인과 통역인, 보조 기기 같은 기본 편의 시스템도 공급하고 있어요.
소셜벤처로서 '이윤 창출'과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두 목표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하고 계시나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어뮤즈트래블은 어디까지나 여행사이고, 하나의 기업입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건강한 비즈니스로 좋은 성과를 이루어내고 싶죠. 단지 "우리가 이렇게 착한 이념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으니 이용해 주세요"가 아니라, '진짜 여행 잘하는 여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좋은 가치만으로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데, 반대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계속 좋은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으니까요. 비즈니스 근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균형 있는 기업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뮤즈트래블'의 사업 영역상 다양한 상황을 많이 접할 것 같은데요,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전에 만난 어느 모녀 두 분이 기억나네요. 어머니가 장애를 가지고 계셔서 여행을 다니는데 큰 제약이 있으셨다고 해요. 병중에 침상에만 누워계셨고, 여행은 고사하고 병원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들 정도로 몸을 가누기 힘드셨죠. 그럼에도 저희 어뮤즈트래블을 믿고 이용해 주셔서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여행을 무사히 다녀오셨고, "어뮤즈트래블이 아니었다면 어머니가 여행을 간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귀중한 경험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연신 하셨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여행사는 관광약자를 위한 콘텐츠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렇다 보니, '장애인들은 집에만 있어야 한다'라는 무서운 편견이 생겨버리게 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죠. 그런 편견을 저희가 깨 부셔줬다고 말씀하셨으니, 이 사업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죠. (하하)
'대중들에게 이렇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키워드가 있다면?
저희는 '관광약자를 위한 여행'을 통해 약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세계적인 배리어 프리 여행 플랫폼이 목표예요. 예전에는 여행업의 에어비엔비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결이 조금 바뀌었어요. 어뮤즈트래블은 여행업의 '파타고니아'가 되고 싶어요. 여전히 에어비엔비와 같은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건 맞습니다. 에어비엔비도 분명 지역 문제나 주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이바지하는 기업인 것은 확실하죠.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임팩트 있는 비즈니스 개발뿐만 아니라, 저희 사업을 통해 뒤처지는 문제도 관심을 갖는 기업이 되고 싶어 환경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여행'이 메인 비즈니스 아이템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저희의 사업 영역이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환경을 지키는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여행사로 기억되기 위해 '원 퍼센트 포 더 플래닛(1% for the planet)'에도 가입했고, 글로벌 사회적기업 인증인 '비콥(B Crop)' 등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interviewer : chadw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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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어뮤즈트래블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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