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왜 '당근페이'를 만들었을까?

서비스 분석 2022.03.05 댓글 채드윅

혹시... 당근이세요?

 

 

당근마켓 거래를 해본 사람은 안다. 그 잠깐 거래하는 순간의 뻘쭘함에 얼른 자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거래 물품의 상태만 빠르게 스캔한 뒤, 얼른 계좌 이체를 하거나 현금 봉투를 건네준 뒤 사라져야 한다. 구매자가 현금을 인출해와서, 서로 교환한 다음 깔끔하게 뒤돌아서 갈길 가면 좋겠지만, 하필 거래장소 주변에는 항상 ATM이 없다. 결국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데, 판매자가 어떤 은행을 쓰는지, 계좌번호가 뭔지, 입금자명이 맞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개인정보는 물론 금융정보까지 유출되는 상황. 거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좌번호를 불러주지만, 은근히 계좌이체를 싫어하는 판매자들도 더러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당근마켓은 '당근페이'라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리 앱 내 '당근페이'에 잔액을 충전해두면, 그 금액을 고스란히 판매자에게 송금할 수 있다. 판매자의 이름이 뭔지, 어떤 은행을 쓰는지, 계좌번호는 뭔지 물어볼 필요 없이 채팅방 안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모든 거래가 끝난다. "당근페이로 돈 보낼게요!" 한마디면 오케이다.

 

당근페이, 제주에서 첫 선 보여

 

(사진=당근마켓)

 

11월 / 3개월간 10% / 95%

당근페이는 작년 11월, 제주 지역에 한정해서 첫 선을 보였다. 서비스 운영 초기 3개월 간 제주 지역 내에서 이루어진 거래 중에서 10% 이상이 '당근페이'를 이용했다고 한다. 제주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거주지와 직장이 같은 지역 범위 내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지역민 간 거래와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제주는 인구수 대비 당근마켓 가입률이 9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 기반 서비스를 가장 잘 구현하고 테스트베드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지역으로 뽑힌 것이다.

 

당근페이가 지금 필요한 이유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성장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거래액이 약 4500억 원이었다고 한다. 간편결제 호황기에 네이버, 카카오에 이어 당근마켓도 합류하여 핀테크 서비스로 피보팅해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쿨하게)

서론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하이퍼 로컬 대면 거래의 특징은 '간편함'과 '신속함'이다. 당근페이는 간편하면서도 신속하다. 쭈뼛거리며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물어볼 필요도 없고, 궁금하지 않은 상대방의 이름과 계좌번호를 수집하지 않아도 된다.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하는 나름 헤비유저인 나는 토스 간편 송금으로 주로 보내는데, 내 최근 이체내역에 낯선 사람의 이름으로 가득해 분간이 어려웠기 때문에 당근페이의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언택트 시대에도 거래는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활개치며, 택배거래 혹은 비대면 거래(문고리에 걸어두고 가져가는 방식)를 원하는 판매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택배거래와 비대면 거래는 직접 돈을 건네줄 수 없기 때문에 비대면 송금 수단이 필요했다. 언택트 시대에는 하이퍼 로컬 거래 방식도 진화하여야 한다. 당근페이처럼.

 

'당근페이'가 가져올 기대효과

고객 락인(LOCK-IN) 효과

당근마켓에서 의도한 것이겠지만, 당근페이는 만원 단위로만 충전할 수 있다. 즉, 몇 천 원짜리 물건을 사려해도 최소 1만 원 이상은 충전해야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잔액이 남은 사람은 잔액을 다시 내 계좌로 송금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또 쓸 경우가 생기니 남겨두는 경우도 많다. 애매하게 잔액이 남다 보니, 다음에 다른 물건을 사려고 또 당근페이를 충전해서 사용한다. 사용자는 당근페이에 잔액이 남아 있으니, 잔액을 소진하기 위해서 꾸준히 앱을 켜서 소진하려 한다. 이렇게 '당근' 생태계에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간편결제를 이용한 연계사업 추진

당근페이의 도입은 주 수익원이 지역광고에 머물러 있었던 당근마켓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근마켓은 하이퍼 로컬 비즈니스이다. 즉, 지역 소상공인과 개인을 이어 주기에 최적의 비즈니스인 셈이다. 그동안 지역 소상공인 광고에 머물러 있던 수익 사업을 지역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연계한다면? 내 근처의 식당, 헬스, 필라테스, 농수산물 가게에서 당근페이에 충전해둔 돈으로 할인을 받아 이용할 수 있으니 제로페이처럼 이용자와 지역 소상공인 둘 다 일거양득인셈이다. 

 

실제로 당근페이를 사용해보았다.

당근마켓에서 당근페이를 이용해 거래해보았다. 아직 당근페이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대부분의 판매자는 '그게 뭐예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또, 바로 내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게 아니다보니 거부하는 반응도 있었다. 다행히 흔쾌하게 승낙해주시는 판매자분이 계셔서 당근페이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 측에서 당근페이가 무엇인지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면 간편송금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은 흔한 툴팁조차 없는 상황!)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것들은

당근페이로 인해 직거래 사기 비율이 증가할 수 있다.

당근마켓도 사기를 피해갈 수는 없다. 경찰청 통계 자료를 보면 온라인 거래 사기 중 45%가 직거래 사기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배 거래보다 직거래가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기 비율은 비등한 편이다. 당근페이의 등장으로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선입금 사기 혹은 미입금 사기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송금하는 방법이 간단해지니, 판매자와 대면해서 계좌번호를 물어볼 필요없이 바로 송금하기 때문에, 거래하러 가는 중에 미리 입금하게 될 수 있다. 돈을 입금받은 판매자가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또, 물건을 먼저 받은 구매자가 "당근페이로 바로 돈 보내드릴게요~" 하고 자리를 떳는데 구매자가 돈을 입금해주지 않는다면? 구매자에겐 판매자의 인적사항과 금융정보가 없기 때문에 당근마켓 고객센터에 의존해서 범인을 잡아야 한다. 당근마켓은 이런 취약점에 대응할 방안이 있을까?

 

송금 수수료는 조상님이 내주시냐?

(사진=피지컬갤러리)

당근페이는 사용자 간 송금 수수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수수료가 전가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당근마켓이 은행측으로부터 타행간 계좌송금 수수료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당근마켓이 송금 수수료를 유료화하지 않는 이상 은행에 납부해야 하는 송금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언젠간 수수료 유료화 카드를 꺼낼 것일까? 혹은 송금 수수료를 감내하고 수익 모델을 찾을 것일까?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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